명퇴를 하고 귀농을 한 한 친구가 풀을 베다가 벌을 쏘였다고 군대동기 단톡방에 올리니,
다른 친구는 세방을 쏘여 누워 있다면서 이런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 오늘 아침 김매다가 벌에 세방이나 쏘여 약바르고 누워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게 로망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노망난거라고 생각한다ㅋㅋ"
벌에 쏘인 친구들 보니,
제가 20대때 경험해 본 일이 생각납니다.
벌에 쏘인데는 식초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꿀벌의 독은 산성이지만,
말벌의 독은 알칼리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말벌에 쏘이면,
침을 뽑고,
식초나 레몬즙을 바르는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어렸을때 걸어서 초등학교를 갈때 땅벌(오빠시)에 두어번 쏘였던 기억이 떠 오릅니다.
작은 땅벌(오빠시)에 쏘이면 엄청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82년도 여름 방학때 일입니다.
시골 친구 두명, 2년 후배들 둘이랑 5명이 시골산에 있는 암자에서 한달정도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암자는 먹을 것만 가져 가면 ,
밥은 누군지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 가져다 놓은 공동 곤로에다 하고,
불은 호롱불이어서,
수제 남포등을 만들어 사용하고,
방 사용료는 공짜여서 선후배들 일부는 재수를 그곳에서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집에다는 공부하러 간다고 해 놓고,
친구들끼리 모여 많이 놀았던 때였습니다.
불갑산 전일암이라는 암자였습니다.
그후 10년쯤후 암자가 불에 타 없어져 버려 많이 아쉬운 암자입니다.
암자엔 팔십 넘은 스님 비슷한 보살 한 분과 시중을 드는 88세인가 90 가까운 종비슷한 명아할매라는 한분이 법당에서 살고,
우린 뒷방이 세개여서 여기서 나누어 살았습니다.
누구 터치하는 사람도 없어서,
여기 저기서 친구나 후배들이 놀러와 술도 가끔 마시고, 지인들이 수시로 놀러 왔었던 곳이었습니다.
법당 입구 마루에 앉아 다같이 식사를 하는데,
마루위 천장부근에 말벌집이 큰게 하나 있었습니다.
말벌들이 사람에게 접근을 안해서 처음 얼마간은 신경도 안쓰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데,
말벌 한마리가 후배앞에서 이리 저리 날라 다녀 귀찮게 신경쓰게 하더군요.
후배가 냄비뚜껑으로 벌을 쳐 잡을려다 헛손질을 하길래,
옆에서 보던 우리들은 그것도 못잡냐하고 핀잔을 했었습니다.
후배한테서 한 1m 쯤 떨어진 상공에서 벌이 윙윙거리더니,
갑자기 후배 얼굴로 돌진해 공격을 해서 ,
방어할 틈도 없이 눈과 눈사이를 벌에 쏘여버렸습니다.
그때 후배 걱정보다 때를 기다리다 틈새를 공격하는 말벌 아이큐가 순간 궁금하더군요.
우리는 그걸 보고 죽는다고 웃고,
후배는 아파 죽는다고 하고,
누군가 침을 빼야 한다, 벌독을 빼야 한다고 옆에서 얼굴을 꼬집어 짜고 생쑈를 했는데,
금방 얼굴이 부어 버리더군요.
얼굴이라 두통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후배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산에서 흘러 내려 오는 물을 받아 놓은 샘에서 계속 머리에 찬물을 부어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오후에 암자에 살던 놈들끼리 말벌집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마침 암자 할머니들이 큰절에 가서 이삼일 머무른다고 내려 가셨습니다.
수건에 곤로에 넣는 석유를 적셔 나무끝에 묶고 불을 붙였습니다.
바기지에 물을 떠와
벌집에 붓기로 하고
내가 공중에 바가지를 던지듯이 물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무서워 가까이 못가고 멀리서 물바가지를 던지듯 물을 뿌렸더니,
전혀 엉뚱한데로 물이 쏟아져 가고,
바가지는 손잡이가 찢어져 멀리 날라가 버렸습니다.
남들한테 겁쟁이라고 욕만 먹었습니다.
불수건을 가지고 있던 놈이 불로 벌집을 태웠는데,
벌들이 여러마리가 날아와 공격들을 하더군요.
무서워 다들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법당쪽으로 가지를 않고 방에서만 지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어느 60대쯤 아주머니가 불공을 드린다고 마루에 올라 법당에 들어갈려고 문을 여는 순간,
천장에 있던 성난 말벌들이 아주머니를 공격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누가 올 줄을 알았다면,
조심하라고 통제를 했겠지만,
방에서 딩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 나가 봤더니,
아주머니가 악을 쓰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치더군요.
벌들은 법당 마루쪽에 수십마리가 윙윙거리며 날고 있더군요.
멀리서 떨어져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멍히 쳐다보는데,
아줌마가 부억으로 들어가더니,
됫병짜리 큰 유리병을
가져 오더군요.
그러더니
암자 뒤편에 있는 산에서 흘러 나오는 샘터에서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더니,
병에서 액체를 손바닥에 따라 온 몸에 바르더군요.
황당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이놈의 새끼들 ! 싸가지 없는 놈의 새끼들 !
저리 안갈래 하면서 오만 욕을 하며 짜증을 내더군요.
우린 민망해서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여자 몸매 생각보다
황당한 생각,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
저러다 죽는거 아니야 하는 걱정도 들더군요.
조용히 있는데,
얼마후에
이 아주머니가 또 죽는다고 악을 쓰고 울고 불고 난리길래,
놀래서 뛰어 나갔습니다.
이 아줌마가 이번엔 옷을 입고서 ,
샘에서 물을 바가지로 떠서 온몸에 붓고 있더군요.
왜 저 난리지 하고 궁금해 했더니,
아줌마가 우리를 부르더니,
바가지로 물을 계속 떠서 온몸에 부어 달라고 하더군요.
눈치 보며 쭈뼛거리며 다가가 물을 부으며,
아줌마 발을 쳐다 봤습니다.
아 ! 살갗이 많이 벗겨져 있더군요.
어 !
놀래 더 다른 부위도 유심히 쳐다 봤습니다.
벌에게 쐬면 몸이 부어야지,
왜 살이 부르터지지 하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아줌마 !
살갗이 다 벗겨졌어요 하고 걱정반 궁금반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줌마가 짜증내며 대답합니다.
빙초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손을 내미는데,
빨갛게 붓고 살갗이 다 벗겨져 버렸더군요.
말벌을 수십방을 쏘여서 너무 아파,
어디서 식초를 바르는게 좋다는 민간 요법을 생각하고,
자주 오는 암자여서 살림살이를 잘 알아,
부엌에서 유리병에 있는 식초를 가져다 들이 붓듯이 온몸에 발랐나 봅니다.
그런데
그 식초가 암자에서 만든 독한 빙초산이었던 것입니다.
빙초산을 바르니,
온몸의 살갗이 다 벗겨져 버렸던 것입니다.
한 10여분 물을 부어 주었더니,
아주머니가 좀 나아 졌는지,
주섬 주섬 옷가지등 물건들을 챙기고 그대로 암자를 내려 가더군요.
조심히 가세요 하고 대충 인사를 하면서,
말벌 많이 쐬면 죽는다는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우리끼리 얘기하고는 그때 이후로 잊어버렸습니다.
다음날 말벌들을 지켜 보니,
말벌들이 조금은 잠잠해졌더군요.
그래도
암자에 사시는 보살님이랑 명아할매라고 불리는 시중드시던 할머니 오시면,
법당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더 큰일이 날 것 같아 우리끼리 말벌을 퇴치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한명은 남아 있고,
나머지들이 집에 들려
모기장을 전부 가져와 온몸에 둘러 쓰고, 수건이나 옷가지등으로 얼굴도 가리고,
장갑도 준비해서 완전 무장을 하고 암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암자에서 내려가
오후에 일찍 올라와
완전무장을 하고 불로 말벌집을 태웠습니다.
달려들던 말벌들은 모기장으로 무장을 해서 걱정도 덜었고,
파리채로 서로 몸에 달라 붙은 말벌들을 잡아 주었습니다.
한 이삼십분후 말벌들을 모두 퇴치를 했습니다.
저녁 무렵에 할머니 두분이 암자에 올라 오셔서 말벌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여름철이나 추석때 벌초하다가 벌에 쏘였단 얘기를 들으면 ,
40년전 빙초산에 살갗이 다 벗겨 졌던 그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말벌에 쏘이면 식초를 바르면 좋다는데,
빙초산은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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