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굴비에 얽힌 에피소드
어제 지인 식당에 저녁약속있어 갔더니 보리굴비를 서비스로 줍니다.
맛있게 먹으면서 옛추억에 잠깁니다.
20여년전에 제가 모회사 수유리지점 서무담당할때,
고객 추석선물을 준비하면서,
VIP선물로 제가 고향이 영광이라 잘 안다면서 당시 최고급으로 10만원짜리 보리굴비를
준비해서 전달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나름대로 그당시엔 고급이고 서울에선 휘귀한 선물이라 사용설명서를 A4용지에 적어 박스안에 넣어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추석지나고 얼마후 지점 고액거래자인
미아리 숭인시장사장님과 저녁회식자리가
있었습니다.
회식자리엔 지점장과 차장이 참석했었습니다.
그런데 회식자리에서 고객이
우리회사 사장욕을 많이 하였답니다.
숭인시장사장이 잠실 모 2층짜리 고급빌라에 살았었는데, 우연하게도 그옆집이 제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댁이었읍니다.
추석며칠후 우리회사 사장이 옆집숭인시장사장에게 선물이라고 보리굴비를 선물했나봅니다.
당시 그 보리굴비는 지점장이 추석때 사장님께 선물했었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해 전해드렸었습니다.
여기서 배달사고가 생겼습니다.
흔히 배달사고는 중간에 가로채거나,
금액을 줄여서 배달하는 사고를 말하는 건데 이경우는 황당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경우였습니다.
지점장이 사장에게 선물한 보리굴비를, 사장이 그대로 며칠후 옆집에 선물로 드리면서 부착된 지점장 명함만 떼고 드린 것 같았는데,
그런데 옆집에선 평상시 굴비 구어먹듯이
후라이팬에 당연히 설명서도 안읽어보고 그대로 구어서 드실려고했고,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보리굴비는 쪄서 먹는건데 말입니다.
보리굴비는 봄에 추자도쪽에서 영광앞바다쪽으로 올라오면서 4~6월에 잡힌 굴비로 만드는데, 이때 굴비는 살이 통통하고 기름기가 찰져 특히 맛이 있는데,
굴비가 거의 대부분 70~80%가 추석이나 구정때 소비되는 고급 어종이라 과거엔
냉장시설이 없어 보관에 애로가
생겼는데,
통보리 위에 건조하니 보리의 향과 곁들여
최고의 상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보리굴비가 생겼습니다.
이 보리굴비는 건조된것이라 그냥 구우면
마른 나무같아 구어먹기 힘들어,
밥솥에 쪄서 할머니가 귀한 손주 밥숱가락에 찢어 올려주는 애틋한 굴비입니다.
이런 보리굴비를 사용설명서도 보지 않고
그냥 구워드실려다 화가 났었던 숭인시장사장이
아니 개새끼도 못먹을 말라비틀어진 굴비를 나한테 줬다고,
선물받은 거 그대로 줄것이면 바로 주던지 말라서 못 먹으니까 선물로 줬다고,
내가 거지 새끼야 뭐야
하며 지점장, 차장앞에서 열내며 씩씩거렸다고 합니다.
내가 그자리에 있었다면 충분한 설명을 드렸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회식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지점장실에 불려가, 보리굴비에 대해 설명을 열심히 하며 변명했어도, 지점장과 차장들한테 선물을 누구나 아는 보편타당한 걸 안했다고 엄청 깨졌읍니다.
그런 보리굴비를 오늘 먹으며 보니 엄청 큽니다.
놀래 사장님께 물어보니 부세보리굴비란다.
굴비와 모양이나 맛은 비슷하면서 크기가 크고 가격이 훨씬 싸 부세굴비를 쓴다고 합니다.
일부 조기구이나 매운탕집에서도 더 크고 싸며 비슷한 황석어를 쓰는 것과 같은 경우겠지요.
보통 우리가 먹는 굴비는 22~24cm크기인데
클수록 가격차이가 많다.
이정도가 한 두룹 20마리에 3~5만원하는데,
좀 크기가 큰 것은 10만원을 호가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1~2cm 차이 날수록 10만원 이상하는 것은 20마리가 아닌 10마리에 얼마하다가, 30~50만원을 초과하면 5마리에 얼마하다가,
최고가는 한마리에 300~400만원한다.
영광 앞바다에서 잡히는 한해 조기 수십, 수백만마리중, 수백척 어선중에 어쩌다 한마리씩 1년에 30~40마리밖에 안잡히는 돌연변이다.
크기는 보통 조기의 두배정도라는데
대기업회장실에서 직접 공수해간다고 한다.
다음엔 진짜 보리굴비를 맛보고 싶다.
그래도 어제 부세보리굴비도 맛은 있었다.
#추석선물 #보리굴비 #부세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