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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나르다 만난 30년 차이, 같은 중대원에게 거수경례를 받은 사연!

류종중 2021. 9. 19. 15:10

작년 자료를 복사했습니다.


어제는 2020년 02월 02일로 앞뒤로 똑 같은 날이었는데,

정확히 1010년후에도

3030년 03월 03일에도 똑같다고 합니다.

항상 하루 하루를 즐기시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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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창피하면서도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일요일  오늘 아침 7시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산에 가냐?



아니, 며칠 연장 과하게 해서 오늘은 집에서 잘란다.



그랬더니 잘 됐다고 집앞으로 온다고 빨리 씻고 7:30분까지 나오랍니다.



왜?

어디 산에 가자고?

물었더니,

그냥 빨리 준비해 하고,

친구가 독촉 하길래 얼른 일어나 씻고, 엊그제 딸내미 생일이라고 끓인 미역국을 뎁혀 밥말아 후루룩 하고 간단한 등산복을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친구가 용달차를 끌고 왔습니다.



뭐냐?

물었더니,

그냥 타랍니다.



조수석에 앉아 시골친구에게 얘기를 들어 보니,

오늘 일이 잡혔는데 같이 일하기로 했던 사람이 갑자기 일이 생겨 못나와, 새벽에 급히 전화를 했나 봅니다.



그래 잘했다.

촌놈이 힘쓰는 것은 할 수 있다.

일석삼조다.

친구 어려운 사정도 도와주고,

땀 흘려 내 뱃살도 좀 빼고,

니가 맛있는 거나 많이 사라, 일당도 많이 주지?하면서 즐겁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산 어디인지를 도착해,

짐을 싸고 나르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데,

검정 장갑이 책상위에 있었습니다.

장갑을 버려야하는지 챙겨야 하는지.몰라! 장갑을 집어 들었는데,

검정장갑에 빨간 글씨와 노란 글씨 무늬가 있어 보니,

한글과 한자로 기습특공이라고 씌여 있고,

해병대 기습특공부대 박쥐마크 휘장이 찍혀 있더군요.



아무 생각도 안하고 반가워서,

어! 이거 해병대 장갑같은데,

누구 해병대 나온 사람 있어요 하고 큰소리로 물어 봤더니,

서른 살쯤 먹은 이사집 주인 아들이 오더니,

제껍니다 하고 답을 합니다.



어디서 근무하셨어요?



저는 백령도에서 근무 했습니다 .



어! 그럼 63대대?



어떻게 아세요?



야! 내가 63대대 10중대 소대장이었어요 하고 웃었더니,



필승!

하고 갑자기 큰소리로 거수경례를 합니다.



반갑습니다.

얼른 다가가 악수하면서 ,

남들이 웃으며 쳐다보는데 쑥쓰럽기도 했지만 그순간은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부끄러웠습니다.

저놈이 뭔 생각할까?

소대장이라고 했던 놈이 이삿짐을 인부로  날리고 있네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이런 멍청한 놈 주책이네,

왜 쓸데없는 소리했지하고 혼자 속으로 부끄러워 했습니다.



이삿짐을 다 싸고 ,

새집으로 옮기기 전에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침 아파트 앞에 중국집이 있어,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자 하길래, 그래 이사할땐 짜장이지 하며 맛있게 먹다가,

내가 식당 주인을 부르면서,

여기 빼갈 한병 주세요 하고 말했더니,

친구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봅니다.



야! 좋은 안주거리에 , 많이 안 마시고 운전 안하는 사람만  딱 한잔씩만 하자고 했더니,

너는 왜 그리 분위기 파악을 못하냐고 합니다.



이삿짐 날리며 술냄새 풍기며 비틀거리면 누가 좋아 하겠냐고 합니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못난 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삿짐 #짜장면 #해병대 #기습특공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