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도에 머리 기르고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창피하다고 남들이 촌놈으로 안다고 , 촌놈들은 길을 몰라도 남한테 안물어 본다.
바로 옆을 놔두고도
끙끙 여기 저기 헤매다가 한두시간 헛고생했던 기억이 몇번 있는데,
오늘 또 제대로 경험했다.
며칠전에
군대동기가 고추부각을 만들었다고 동기들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었길래,
혹 맛평가단 안 필요하냐고 장난으로 댓글을 올렸더니,
친구가 고추부각 한봉지와 올해 담은 두 달된 꾸지뽕 술도 한병 같이 보내주었다.
정성이 가득한 귀하다는 고추부각을 오늘 낮에 택배회사에서 집 현관문앞에 놔두었다고 문자가 왔길래,
집에 오자 마자 반가워,
튀김에 도전했다.
불판에 올려 놓고 얼마나 오래 두어야 할 지 몰라 쳐다보는데,
연기가 피워 오른다.
콩기름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콩기름을 붓고 또 쳐다 보고 있었더니,
쓰레기 분리수거한다고 나갔다 들어 온 집사람이,
온 집안에 탄내 난다고 놀랜다.
그제서야 나도 놀라 얼른 가스 불을 껐다.
고추부각을 한접시는 소금을 뿌리고,
한접시는 설탕 한숟가락을 뿌려 접시에 담았다.
꾸지뽕 술도 물컵에 소주 한병정도 나눠 따라
밥상에 같이 올렸다.
가족들끼리 건배를 하고,
꾸지뽕 술을 맛을 보았는데,
엥 !
무슨 향이지 ?
맛이 꾸릿 꾸릿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안주로 고추부각을 맛 봤더니,
고추가 약간 탄 맛이 난다.
아 ! 이런 ....
귀한 음식을 버렸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고추부각은 타니 팬을 기울려서 기름에 하나씩 잘 튀기란다.
그것도 모르고 멸치볶듯이 오랫동안 튀겨버렸으니,
아깝고 귀한 걸 보내준 분에게 미안하다.
꾸지뽕 술도 조회해보니 1년이상 숙성해서 마시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 꾸지뽕의 특이한 쿰쿰한 맛이 난단다.
역시 뭐든지 배워야 하고, 모르면 묻고 찾아 봐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느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부다 안 볶았다는 사실,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위안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촌놈 #고추부각 #꾸지뽕술 #군대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