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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막걸리

류종중 2022. 5. 8. 13:34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점방에서 막걸리를 사오던 초등학교 1~2학년때 그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한되짜리 양은주전자안에서 출렁대던 막걸리를 들고 오다가 ,

주둥아리에 고개숙여 한모금, 한모금 몰래 홀짝거렸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홀짝거려 줄어든 막걸리 주전자를 동네앞 샘에 담가,
살짝 물을 섞어 시치미떼고 아버지한테 건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뻔히 아시면서도,
이놈의 막걸리가 오늘은 왜 이리 심심하다냐!
시치미 떼시던 아버지 모습이 그립습니다.

왜 그리 그 당시 막걸리 심부름이 싫었었는지 후회스럽습니다.

가을걷이 끝나고 준다고 외상으로 받아오라며, 막걸리 심부름시키실때마다 가기 싫어 얼굴 찡그렸던 그 시절이 후회스럽습니다.

어버이 날을 맞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샌 오늘따라 그 막걸리가 생각납니다.

양은주전자속에서 출렁거리며 넘실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오전에 산에 올라
몇뿌리 캔 더덕을 썰어 넣은 더덕막걸리 한잔으로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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