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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야 미안하다.

류종중 2022. 7. 18. 23:12

이런 황당한 일이 있습니다.

어제 두타산 산행시
너무 경치가 좋아 흥에 겨워 술에 취해 아직도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며느리가 검진하려고 산부인과에 갔다가,
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예정일이 일주일 남았었는데,
갑자기 의사가 오늘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토요일엔 면회가 안된다고 하고,
일요일엔 두타산 산행을 한다고 애기보러 못가고,
오늘 면회를 가서 손자 얼굴을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장산역옆에 있는 미즈메디병원입니다.

면회가
저녁 6시 ~ 8시라고 합니다.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 시간이 적당했습니다.

5호선 우장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몇번 출구로 나가야 하지 하고,
네이버로 병원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의문을 안갖고 떠오르는 병원 이름을 입력했습니다.

도보 1.9km
버스 24분이라고 뜹니다.

순간 뭐가 씌였나 봅니다.

우장산역에서 언덕길로 조금 내려가면 있을텐데
이상하네.
확장 이전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쁜 일도
급한 일도 없어,
조금이라도 가깝게 갈려고
다시 화곡역으로 한정거장 거꾸로 전철을 타고 가서 버스를 탔습니다.

병웜에 도착하니,
7: 40분이더군요.

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몇호실이냐?
나 메디힐병원에 도착했다.
그랬더니,

잉! 무슨 병원 ?
무슨 메디힐병원,
메디힐 병원이 어디있는데?
아직도 술 안깼어 합니다.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나고,
10초쯤후에야
아차 미즈메디병원이지 하고 ,
다른 병원이름이 생각납니다.

메디힐병원은 장례식장에 몇번 왔던 적이 있어,
무심코 그 이름이 떠올랐나 봅니다.

이런 큰일났다.
건너편으로 건너
택시를 잡을려고 하는데,
마음은 급한데 택시가 없습니다.

택시 잡으며 걸어가다가 보니 버스정류장이 보이는데,
바로 버스가 오길래 ,
안되겠다 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더니 마음은 급한데 신호등마다 멈춰서고,
그때마다 조금 시간이 지났어도 애기 얼굴을 볼 수 있겠지 하고 마음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겨우 겨우 병원에 도착했는데,
오후 8:05분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나왔길래,
병원에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코로나때문에 면회시간이 지나 안된다고 합니다.

아들이 손목에 무슨 띠를 차고 있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마친 보호자 1명에게 주는 확인띠라고 합니다.

내일 다시 오마 했더니,
내일 아침에 퇴원을 한다고 합니다.

퇴원해서 세종시 산후조리원으로 간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세종시로 이사를 했는데,
이사때문에 힘들어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기미가 있었나 봅니다.

그럼 언제나 볼 수 있냐고 했더니,
8월말에나 보자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KTX 한달 정기권으로
서울 연구실에 출퇴근을 하는데,
마지막 과정이고,
왕복 출퇴근시간때문에 얼굴 볼 시간이 없다고,
8월말에 연구실 끝나면 보자고 합니다.

할 수 없이 허망한 마음으로 터벅 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우장산역으로 걸어갔습니다.

도중에 아들한테서 카톡이 왔습니다.

아빠 !
집은 잘 찾아갈 수 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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