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내복 입고 산행하냐?
오늘 2022.12.25일(일)은 불갑산악회 송년산행후,
오후에 불갑향우회 송년회에 참석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깨어나 시계를 보니,
6:30분이다.
알람을 7시에 맞춰놨는데,
좀만 더 딩굴거릴까 하다가
에이 !
그냥 일어나자 하고 이불을 젖혔다.
일어나자 마자 창문을 열고 오늘 날씨를 체크를 했다.
내가 미쳤다.
핸드폰으로 그냥 체크하면 되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아 !
오늘 내복 입고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 올랐다.
씻기 전에 주전자에 물을 담아 물을 끓였다.
라면 7~8개 분량 뜨거운 물,
커피 보온병 물,
결명자차 보온병 물을 생각하고 물을 끓이고,
냉장고에서
사과 🍎 큰 것 두개,
파프리카 두개를 꺼내 씻고 먹기 좋게 썰어 막걸리 안주로 담았다.
마침
막걸리는
1주전에 영광산악회 송년회때 챙긴,
영광대마막걸리 큰통 두개였다.
일반 막걸리 4병 분량 이었다.
컵라면에 말아 먹을려고
보온 도시락에 3인분 분량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김치는 엊저녁에 집사람이 썰어 놓은 김장 배추김치, 갓침치가 있어 이거면 왔다였다.
아침에 씻고
옷을 꺼내 입으면서,
이것 저것
몇개를 골라 입었다.
오늘 아침에 엄청 춥던데,
왠만하면 파카를 입고 가자.
등산복 바람막이 입다가 얼어죽을 것이다.
그래 아랫도리는 내복도 입자하고 든든하게 챙겨 입었다.
집을 나서면서,
엊그제 눈이 많이 왔는데,
아이젠도 챙기도,
혹 미끄러질까봐 안챙겨 오실 일행을 위해 ,
집에 있는 등산스틱 4개도 챙겼다.
집을 나서면서 베낭을 멜려고 했더니,
무거워서 베낭을 멜 수가 없다.
낑낑 거리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엘리베이터 중간 턱에 베낭을 걸치고 뒤로 겨우 멨다.
역시 허리 힘이 중요하다.
손으로는 잘 안들어지는데,
어깨와 허리로 베낭을 메니 의외로 별로 무겁단 생각이 안들고 들만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관악역 ~ 삼막사 ~ 서울대정문 ~ 송년회식당(더블미트)이었다.
산행은 3:30분 정도 소요 예상되고,
가다가 막걸리도 먹고 점심도 먹고 ,
이것 저거하다 보면 총 5시간 정도 걸리고,
식당까지 이동 시간이 30분정도 예상되었다.
그러면 식당에 4시경에 도착예정이고,
행사준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10:30분정도에 관악역에서 삼성산으로 출발하는데,
맨 처음 깔닥고개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등산스틱은 안가져 오신 분들에게 전달하고,
언덕길을 오르는데,
왠지 힘이 들었다.
이상하게
발이 안 올라 가고
땀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중간에 쉬면서 윗도리 겉옷을 벗고 출발했는데도 땀이 계속 나왔다.
아 !
내가 몇달만에 산에 오니 이렇구나 하고 말았다.
양지를 지나고 음지가 나오니,
며칠전에 내린 눈이 얼어 미끄럽다.
중간에 쉬면서 준비해 오신 분들만 아이젠을 착용했다.
역시 겨울 산행은 이이젠을 꼭 챙겨야 한다.
뽀드득 뽀드득 얼어붙은 눈길을 걸으면서 ,
아이젠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산행이었다.
삼막사 가는 도중에,
일행중에서 내가 제일 뒤로 쳐졌다.
야!
너 오늘 왜 그러냐?
선배님 체력이 많이 떨어졌네요.
야 !
니가 그러면서 해병대 나왔다고 하느냐 하는 얘기를 중간에 몇번 들어 야 했다.
아!
니미 18.
아침에 워낙 추워서 내복을 입었는데,
엄청 걷는데 불편하고,
언덕 길에 내복때문에 발이 안 올라간다고 얘기했더니,
그때부터 니가 해병대 하면서 많이 놀린다.
아 !
괜히
겁먹고 내복 입었다가 이게 무슨 챙피야 하는 생각이 삼막사 가는 1시간30분 동안 계속 들었다.
두시간쯤 지나
삼막사 옆 한쪽에서,
점심 먹으로 쉬는 틈에
도저히 안되겠다 하고
바지를 벗고,
내복을 벗었는데,
옆에서 쉬고 있던 아줌마가 하필이면 그 순간에 내 옆으로 오더니,
아이고 !
시상에 뭔일이다냐 하고 놀래 저쪽으로 가버린다.
이런
오늘 쪽 제대로 팔렸다.
그러면서도 희한하게
내복에 얽힌 추억이 떠오는다.
군대에선 겨울에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동내의를 입는다.
겨울에 내복을 입지,
한 여름 7월말 8월초에 동내의를 입는다는 것을 상상을 못할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여름
7.31일에 동내의를 입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해병대 수색교육중
바다수영 훈련을 두달하는데,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을 바다수영훈련을 한다.
처음엔 오전 오후에 400m 훈련을 하다가,
두달쯤 지나면 ,
오전에 4km,
오후에 4km 훈련을 한다.
수영을 잘 하는 친구들은,
4시간 훈련시간을 ,
2시간30분정도에 마무리하고 육지 모래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나머지는 차가운 바다에서 동태가 된다.
그러면서 추위에 얼어
정신을 잃은 친구들은 조교들에게 실려나와 구급차에서 응급조치를 당하고 정신을 차리곤 했다.
87.7.31일
육지엔선 해수욕장에 가서 더위를 식히는데,
나는 워낙 빼빼해서 바다에만 들어 가면 (당시 52kg) 30분만에 정신을 잃고 서너번을 구급되어 살아 나고,
한여름에 겨울 동내의를 한벌도 아니고,
두벌을 꺼입고,
피워 놓은 모닥불 주위를
몇바퀴 좌로 우로 굴러 하면서 돌아야 했다.
그래야 체온이 돌아 오고,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기때문이다.
이 불은
산속에서 민간인들이 만들어 놓고 말리고 있는 소나무잔가지 묶음을 몰래(그냥 죄의식없이 가져옴) 가져와서 ,
휘발유(그때는 신나라고 부름)를 계속 부으면서 불을 밝혀 언 몸을 녹여야만 했다.
백령도에서
침투할 예정인 북한의 어느 섬까지 직선거리는
12km 이었다.
침투때는 고무보트를 타고 침투하러 갔다가,
퇴출할때는 군의 도움을 못받는 상황을 가정해서
개인이 수영으로 탈출해야 해서 ,
최소 수료 기준이
바다수영 12km 돌파이었다.
지금은 쓸데없는 추억이지만,
오늘 내복이
왜
40년전 그때 내복하고 연결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복은 따뜻하지만,
야외 활동에는 전혀 안맞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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