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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기름 오염

류종중 2021. 7. 24. 08:45



백령도에서 87년 ~ 88년도에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백령도엔 군사용 기름을 보관하는 유류창고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전시 물자중 유류를 보관하는 탱크가 여러 곳 있는데,

그중 백령도 유류창고도 평시 군부대가 사용하는 유류 및 전시에 사용하는 유류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이 유류창고는 만든 지 수십년이 지났습니다.

평소엔 관심도 없었지만,
나중에 일이 생기고 나서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은 지 오래되어 문제가 많았던 곳이었나 봅니다.

그후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거대한 원형 탱크를 여러개 땅을 파서 만들었는데,

그 구조물이 시멘트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오래되어서인지 구조물에 금이 가서,

비가 오면 물이 스며들어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물은 탱크 아래에 차고 기름은 위로 뜬다고 합니다.

오래된 시설이라 총 저장탱크에 얼마나 많은 기름이 저장되어 있고,불순물(물)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 줄을 모릅니다.

대처 방법은 단순 무식입니다.

기름탱크 밸브를 수시로 열어 물을 빼다가 흘러나오는 기름 성분을 보고 이제 됐다고 판단하고 밸브를 잠금다고 합니다.

일주일 단위로 밸브를 열어 불순물(물)을 밖으로 제거하고 체크하는게 일이라고 하더군요.

시설이 오래되고,
워낙 크다 보니,
어느 정도 보관하고 있는지 정확한 양을 채크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답답했지만 내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비가 오면 비상이라고 하더군요.

87년 가을 어느 날이었습니다.

야간 침투 훈련을 마치고 새벽 5~6시경 부대에 복귀하는 길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차가 다니는 길로 복귀를 안하고,

유류창고 밑 해안길을 지나 절벽을 오르는 길로 가면 조금 거리가 단축하는 길로 부대 복귀를 했습니다.

유류창고 앞을 지나니,
평소에는 못보던 도랑이 유류창고에서부터 바다까지 100여m가 해안가 모래밭에 파여 있었습니다.

폭은 50cm쯤 넓이에 물이 20~30cm쯤 넓이의 폭으로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도랑을 훌쩍 뛰어 건너는데,

누군가 이거 기름 아니야 ? 하고 말 하길래,

다들 냄새를 맡고 기름 색깔을 봤습니다.

그건 물이 아니라 휘발유였습니다.

대원 한명을 유류창고에 얼른 뛰어 보내,
유류창고장에게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부대에 복귀를 했습니다.

복귀해서 아침밥을 먹고 취침을 할려는데 유류창고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창고장이 군대동기인데,
전화를 해서 고맙다고 하면서,
우리 부대원들 입단속을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저녁에 소주한잔 하자고 합니다.

유류 창고는 우리 부대와는 언덕 하나만 넘으면 되는 약 2km쯤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알았다고 하고
저녁에 유류창고에 갔습니다.

가면서 우리 취사병에게 부식으로 나온 고기 좀 챙겨달라고 했습니다.

유류창고엔 창고장 장교한명에,
대원은 대여섯명,
방위병이 두세명정도 있었습니다.

고기 한덩어리 가지고 가서 찌개끓이면 같이 식사한끼하는데 충분했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는 수색대는 일반 부대 대비 부식이 월등히 잘 나왔습니다.
전쟁나면 그만큼 위험한 특수부대이기 때문에 생명수당과 부식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저녁에 유류창고에 들려
소주 한잔을 같이 마시는데,
동기인 유류창고장이 사정을 합니다.

비밀을 지켜달라고 합니다.

자기도 책임을 질 수 있는데,
단기 장교라 욕좀 먹고 깨지고 제대하면 큰 문제 없는데,
병들은 영창가야 된다면서 사정을 합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유류탱크가 어떻게 유지되고 그런 사고가 생겼는지를 들었습니다.

오후에 평소에 하듯이 방위병이 유류탱크 밸브를 열어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다가,
기름 성분이 섞여 나오면 그 순간 밸브를 잠가야 하는데,

깜박하고 밸브를 열어 놔두었다가, 밸브잠그는 것을 잊어버리고 체크를 안하고 퇴근을 해버렸다고 합니다.

물론 저녁에 유류창고장이 순찰을 하여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유류창고장도 그냥 믿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기름이 흘렀는지를 모릅니다.

새벽 5시경에 발견했고,
기름이 도랑을 통해 바다로 흘러 내리던 양을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드럼통 하나양이 일이십초면 흘렀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몇시간 동안 바다로 흘렀을 텐데
도무지 상상이 안됩니다.

기름탱크에 얼마의 양이 있는 지를 모르니까 부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했더니,
조용히 얘기를 합니다.

그렇잖아도 그런 유혹이 한번 있었다고 합니다.

1년에 몇번 민간 유조선을 통해 기름을 유류창고에 보급받는데,
유조선 선장이 몇달 전에 현금 500만원을 제시하더랍니다.

눈 감아 달라고 말입니다.

500만원을 뇌물로 주고,
1,000만원어치를 덜 보급할려고 노렸겠지요.
그리고 한번 코를 꿰고선 더 큰 부정을 저질렀겠지요.

당시 500만원이면 중위 월급 3년치 가까이 됐을 겁니다.
당시 한달에 16만정도 였으니까.

당장 신고해버린다고 화를 냈더니 ,
미안하다고 몇번 빌고 몇개 위문품을 주고 도망가다시피 갔다고 하더군요.

91년도인가에 부산해군함대 유류보급을 담담했다 전역했던 모대위가 1,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기름관련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며 구속했다는 뉴스를 들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일이 있은후 유류창고 앞바다에 훈련을 나가면 ,
기름띠가 수개월 동안 오래 시간이 흘러도 그쪽 바다위에 떠 있었습니다.

우리 부대는 해상 훈련이 ,
수중침투나 수중폭파 부대훈련 핑계대고 대부분 전복이나 해삼을 잡는게 부대의 일이었다.

당시 중대장의 진급이 걸려 있어서,
여단장이나 다른 부대에 해산물로 상납을 1년이상 오랜 기간을 해야 했습니다.

1년쯤 지나 88년때의 일입니다.

유류창고앞 해안에서 잡아 올린 해삼에서 썰어서 먹어 보니 이상하게 기름냄새가 났습니다.

기름이 유출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그 영향이 오래 가더군요.

다시는 그쪽으로 작업하러 가지를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고 1989년쯤이 되니 해산물에서 기름냄새가 안나더군요.

지금도 가끔 배를 탈일이 있을때 항구 근처 바다를 보면,

무시해도 좋을 양이지만 바다에 배에서 흘러 나온 기름이 떠 있는 경우가 눈에 띄더군요.

그때마다 기름 냄새나던 해삼 생각이 나 이런 생각이 나더군요.

느그들도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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