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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금긋기 (책상 줄긋기,책상 선긋기)

류종중 2021. 7. 26. 15:41


국민학교 입학식날

한쪽 가슴에는 학년 반(새싹반,개나리반등)이 적힌 명찰을 달고,



그 아래에 코 닦는 하얀 손수건을 달고 서서 입학식을 치뤘다.



입학하는 아이들은 훈장처럼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서 입학식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60~70년대 시절의 모습이다.



못먹고 배고프던 시절 영양이 부족하면 콧물이 많이 나오고, 침을 많이 흘리고, 아랫배만 불룩하게 나오던 춥고 배고프던 모습이었다.



손수건을 잘 사용할 줄 몰라 ,



그 당시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소매로 코를 닦고 나면, 기름칠한 것처럼 소매깃이 까맣고 반질 반질거렸다.



손수건을 사용하라고 해도 아깝고 티가 나 남들이 욕할까봐 소매로 닦았다.







반에 들어가 책상에 앉으면 ,



동네별로 짝을 맞추어 둘씩 앉게 했다.



제일 먼저 노래를 배웠다.



학교종이 ~땡땡땡 !

어서 모이자 !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누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였다.


노래말에 나오는 학교 종은 동으로 만든 작은 종을 손으로 쳐서 울린다.



요즘은 학교 종 대신 차임벨 소리나 짧은 음악이 수업시간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동요다.



몽당연필로 침을 묻혀 누런 공책에 꾹꾹 눌러

글을 쓰며 공부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종소리.



이제 학교종은 역사가 오래된 학교에 간혹 기념물로 걸려있는 골동품일 뿐이다.



수업의 시작과 마침을 알려주는 이 종은 1970년대 이후 방송시설이 발달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는데,



수업을 시작할 때는 들어와 세번, 수업이 끝날때는 두번,

그래서 시작종, 끝종이라 불렀다.



운동장으로 모여는 다섯번씩 서너번,그리고 화재등 비상사태는 연속하여 쳤다.



그렇지만 시작종과 끝종만 기억난다.



가갸거겨 한글도 배우고,

1234 숫자도 배웠다.



요즘과 달리 시골은 학교에 들어가서야 한글도 깨치고 숫자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다.



아직은 어려,

동네출신들끼리 반을 이뤄 그대로 학년만 올라 갔다.



크게 바뀐게 이때 몇개가 생겼다.



* 국민교육헌장이다.



국민교육헌장은 1968년 겨울에 생겼다.



그러나 보니 방학이 끝나고 2학년이 되자 마자 , 이걸 의무적으로 외워야 했다.



처음부터 다 외울 수 없어 몇줄까지 나눠서 외웠는데, 외워야 집에 갈 수 있었다.



못 외운 애들은 남아서 청소를 더 해야 했다.



초등학교에서 누구나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해야 했던 것은 물론 초등학생들뿐이 아니었다.

중고교생들도 암기해야 했던 것은 물론 모든 교과서 앞머리에 실리기도 했다.



입학시험과 국가고시 심지어 입사시험에도 사실상 의무적으로 관련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국민교육헌장을 피할 길은 없었다.



국민교육헌장의 시대는 민주보다 반공이 앞서고,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 했고,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시되는,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인 시대였다.



문민정부 김영삼대통령시절인 1994년,

국민교육헌장은 교과서에서 삭제되고 공식적인 기능이 소멸됐다.



" 나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 났다~~ "



* 구구단



1학년에서 2학년이 되니,

구구단을 외워야 했다.



손가락을 이용해,

더하기, 빼기를 하기도 벅찼는데,

구구단을 외우느라 숙제도 많이 해야 했고

못외워 틀렸다고 머리빡을 몇번 쥐어 터져야 겨우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때 배운 구구단을 50년이 지났어도 덕분에 잘 사용하니 그게 바로 참 교육이다.



* 미술 시간



2학년이 되니,

미술 시간이 생겼다.



미술시간에 꼭 가져가야 했던 크레용과 미술 도구들을 아침에 잊어 버리고

챙겨오지 못할때도 많았고 ,



알고도 돈이 없어 준비를 못해 간 경우가 더 많았다.



계란과 소주병을 물물교환으로 점방에서 팔아 미술도구를 준비하거나,

옆자리 짝궁과 나눠쓰기가 다반사였다.



이때 미술시간에 사람을 그리면,

도화지에 사람을 그리면서 배에 창자까지 그리기도 했고,

북한 사람을 그릴땐 뿔을 당연히 그렸다.



* 다양한 놀이 문화



학년이 올라가면서 놀이 문화도 다양해졌다.



구슬치기때 대부분 상수리(참나무) 알(열매)로 했는데,

어쩌다 누군가 유리알 구슬을 가져 오면 그걸 딸려고 기를 쓰고 했고,

자치기(땡콩놀이),말뚝박기,땅 따먹기, 고무줄 놀이,딱지치기,

돌 던지기, 술래잡기등 야외 놀이는 물론,



연필 따먹기놀이, 연필촉 부러뜨리기,

지우개 따먹기놀이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제일 많이 즐겼던 게 , 동네별, 반별 단체축구시합이었다.



끝종만 치면 운동장에 달려 나가는 습관이 6학년 졸업할때까지 이어졌다.



* 이성 짝꿍



짝꿍을 남학생, 여학생으로 짝을 맞춰서 앉게 했다.



물론 같은 동네 친구 위주로 앉게 했다.



기다란 책상을 둘이서 앉아 같이 사용했다.



학교생활이 적응되고,

나이가 한살 더 먹었다고,

이때부터 자기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



전국 어디서나 초등학교에서는 가로로 널따란 책상에 짝꿍을 지어 두 명씩 앉고는 했다.



같은 책상을 나누어 쓰는 사이니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짝꿍과 항상 티격태격 다투고는 했다. 특히 영역다툼은 주요 갈등요소였다.



책상 한 가운데 줄을 그어놓고 신체 중 일부가 넘어오면 한 대 맞기,



물건이 넘어오면 상대방이 갖기 등 다양한 규칙들이 정해졌다.



이미 오래 되어 낡은 책상에 누군가 그려 놓은 38°선이 이미 그려져 있었다.



파란 새책상은 몇년후에나 새로 보급되었다.



서로 약속을 했으니 지키기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다툼은 이어졌다.



손이 넘어가 한 대 맞은 친구는 맞아서 억울했지만, 때린 친구는 규칙을 준수했을 뿐이었다.



물건이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냉큼 집어가서 “내꺼야~”라고 외쳤다.



그 때부터 “돌려 달라”, “그럴 수 없다”는 다툼이 시작됐다.



다툼을 방지하고자 그어 놓은 금이 오히려 다툼을 유발했다.



책상의 중앙선은 처음부터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었다.



넘어오면 한 대 맞기는 신체의 자유 침해이고 넘어온 물건의 강탈은 재산권의 침해였다.



반면 책상을 같이 쓰는 아이들에게 물리적 저항선도 없이 그저 책상 한 가운데 주~욱 그어진 금은 실수이던 고의이던 너무나도 침범하기 쉬운 금기였다.



약속의 위반은 쉬운 반면 벌칙은 과도하다 보니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책상의 중앙선이 교실의 평화를 깨면 선생님이 개입하게 된다.



선생님은 짝꿍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타일렀지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책상 위의 자기영역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였다.



급기야 선생님은 중앙선을 금지시키기도 하고 중앙선을 넘어 빼앗긴 물건을 되찾아 주기도 했다.



넘어왔다며 짝꿍을 때린 아이는 혼나야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아무리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도 아이들의 불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선생님이 만든 규칙이지 자신들이 한 약속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폐기해 버렸으니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었다.



2학년때 내 짝꿍은 한동네에 살았던 방마리 오거리 강영자였다.



우리도 남들처럼 중앙선을 넘어 상대방에게 침범하는 것 때문에 맨날 싸웠던 것 같다.



짝꿍에 대한 관심을 괴롭힘으로 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어린 소년의 서툰 마음이 그대로 비춰졌는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을 뻗어 금을 넘었다 안넘었다 하는 것은 애교이고,

주로 몽당 연필이나 지우개를 서로 자르거나 빼앗아 쓰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어느날 자꾸 내 영역으로 중앙선을 넘어 책과 공책이 넘어 왔다.



처음엔 몇번을 좋은 말로 했다.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책과 공책을 밀어서 선을 넘었다.



마지막 경고를 했다.



" 한번만 넘어 오면 그땐 자른다. "



" 그래 ?

아나 잘라 봐라 ! " 하면서 책과 공책을 내쪽으로 더 밀었다.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연필이나 지우개는 좀있다 돌려주거나,

지우개야 좀 잘라도 크게 문제 없지만, 책과 공책을 자를 수도 없어서,

그냥 당황해 엄포만 놓았다.



" 이번은 내가 참는다.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자른다 "하면서 책과 공책을 짝꿍쪽으로 밀었다.



그랬더니



당당하게

다시 책과 공책을 내쪽으로 밀면서



자르치도 못하면서 큰소리 친다고 나를 비웃는다.



"너!

내가 못 할 줄 알고"



"그래! 해봐, 해봐"



"내가 진짜로 못 할 줄 알고"



칼을 들고

내가 책과 공책 모서리 부분을 ,

정말 살짝 티가 거의 안나게 잘랐더니,



이번엔

화가 났는지

흥분하며



"더 잘라

더 잘라 봐 "하면서



책과 공책을 성질났는지 던지듯이 내쪽으로 밀길래



말다툼 몇번 하다가

진짜로 내가 성질이 나서,



책 모퉁이 부분을,



4학년때부터 싸가지고 다니던 ,



책보에 벤또(도시락)를 싸가지고 가면 김치 국물이 흘러 책에 뭍으면 모서리 부분이 마를때 부풀어 오르고,

색깔이 김치 국물색처럼 빨갛게 되어 보기 싫어 책 귀퉁이를 잘라 내듯이,

책 모서리를 잘라 버렸다.



그리고 공책은 더 크게 잘라버렸다.



짝꿍 영자는 울고 불고 난리고,

나는 못본 척 하고 운동장에 놀러 가버리고, 그리고 잊어버렸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왔더니,

엄마가 저녁밥 먹자고 밭에 가서 아부지 모시고 오라고 하신다.



밭에 안계시면 오거리 점방에 가서 아부지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오거리 점방 바로 옆에 있는 밭으로 갔다.



밭에 갈려고 점방을 지나가는데, 점방 평상에 아부지가 계신다.



오거리 점방 맞은편에 영자네 집이 있었다.



밭에서 일하고 지게를 지고 집에 오시던 아부지가 오거리를 지나 오는데,

영자 아부지가 불러 같이 오거리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셨던 것이다.



평상에 앉아 막걸리를 드시던 아부지가 나를 보더니,



막 크게 뭐라고 하신다.



알고 보니

영자가 집에와서 자기 아부지한테 내가 책과 공책을 잘랐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해서,



화가 난 영자아부지가 우리 아부지를 불러 막걸리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를 보자 마자

화도 나시고 민망해서 아부지가 일부러 큰소리를 치시면서 화를 내셨던 것인데,



그냥 잘못했다고 빌었어야 했는데,



내가 내 잘못 없다고,

영자가 계속 일부러 금을 넘겨 그랬다고 했더니,



갑자기 평상에서 일어 나시더니,

아부지가 옆에 세워진 지게를 밀쳐 자빠뜨려 버리시고,

지게를 받쳤던 짝대기를 들고 나를 때리셨다.



공부하는 학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책을 잘라 하시며 엄청 혼을 내셨다.



한대 맞고 아파서 도망갔는지, 계속 몇대 더 맞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한가지 지금까지

아쉬운 것은

그 이후 영자를 못 봤다는 것이다.



그 다음주에 영자네가 다른데로 이사를 가 전학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 날에 학교에서 만났어도 내가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5년쯤 흘렀을때 영자네 집은 허물어 없어졌다.



그리고 10몇년이 흐르는 동안 동네 다른 동창 친구들에게 물어 봐도 오거리 살았던 그 친구를 기억하는 친구가 없어 내기억을 내가 의심했었다.



그런데

10여년후 복우란 친구네 집이 영광읍내로 이사를 가서 떡 방앗간을 했었는데,

그 곳에서 영자를 만나,

한동네에 살면서 자주 만났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이다 언제 연락해서 봐야지 한게 40년이 흘러 버렸다.



이제라도 볼 수 있다면 만나서 미안했다고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다.



그때 그 추억의 시절이 그립다.



언제 다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고향에서 다시 동창회라도 해서 다같이 뭉치고 싶다.



공간은 사람이 머물고, 공기가 흐르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 난다.



아주 오래전 짝궁과 같이 쓰던 나무 책상에 했던 유치한 금긋기 장난처럼,



함부로 넘을 수 없는 금을 툭 넘어가는 사람들 덕분에 , 우리가 다시 이어지고 서로 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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