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딸내미한테서 카톡이 왔다.
일찍 집에 오자 마자
갑자기 전기가 나가 불이 꺼지고,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듯 하더니,
방송으로 빨리 대피하라고 해서
2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안돼 걸어서 내려왔는데,
연기가 많이 나고,
소방차 소리에 시끄러워 안양천에 나간다면서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다.
이때만 해도 어느 집에서 불이났나 보다 했다.
곧 진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집사람이랑 딸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집에 와보니,
아파트 출입구가 연기가 심해 출입 통제를 하고 있어서,
시간을 보낼려고 늦게까지 하는 이마트에 갔었단다.
10시 반쯤에 다시 아파트에 왔는데도,
아직 전화가 안되어,
택시를 타고 처제 병원에 가서,
주사실,물리치료실등에 있는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마침 나는 고대안암병원에 입원한 여동생 문병을 갔다가 전철 타고 집에 가는중이었는데,
집에 못들어간다고 해서, 다시 반대방향으로 전철을 타고 사촌동생집에 가서 잠을 잤다.
아침에 7시쯤 오목교역에서 내리니 약한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에 왔는데,
주차장 한쪽에 소방서에서 설치한 천막 두개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고무타는 냄새가 아직 나고, 아파트 출입구에 아주머니,할머니들 대여섯명이 모여 있더군요.
그들 사이를 지나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엘리베이터가 안된다.
아 ! 20층까지 걸어가야겠네 하고 한숨 한번 쉬고,
중간에 한번도 안멈추고 걸어 올랐다.
최근에 아침마다 하는 스쿼트덕인지 거뜬했다.
중간에 올라오면서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파트 입구에 아줌마들이 서있었던게 혹시 현관문이 안열려서 일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었다.
다행히 현관문이 열렸다.
이건 건전지로 되는 것이어서 전기와는 상관없었다.
아마 그 아줌마들은 전기가 안들어와서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나 보다.
땀이 나서 세수를 하고
무심코 TV를 키다가 안돼 웃고 있는데,
아침부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니네 아파트 불났냐?
뉴스에 나온다고 한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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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아파트 변전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7시간여 만에 완진됐다.
1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전날 오후 5시 55분께 이 아파트 지하 2층 변전실에서 발생해 이날 오전 0시 1분께 불길이 잡혔고, 0시 59분께 완전히 꺼졌다. 대응 1단계 발령은 1시 8분께 해제됐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민 1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3명이 구조됐다. 57명은 소방의 유도로, 126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이 화재로 일대 972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현재 임시 복구설비 공사 중이고 전력 공급은 오전 7시께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일부 세대는 손상이 커서 오늘 저녁에나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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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를 확인하고 사워를 할려고 했는데 물이 안나온다.
이런 아까 나올때 씻을걸 하고 짜증이 올라 왔다.
뉴스로만 보았지
막상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니 엄청 불편하고 짜증이 났다.
어제 저녁에 딸내미가 보내준 사진을 볼때는
다른 집에서 불이 난 줄 알았다.
세상 구경중에 재미있는게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더니,
그냥 흥미거리로만 느껴졌었는데,
나에게 불편함이 닥치니 짜증부터 났다.
마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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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공용부분 단전으로 인하여 급수공급이
약 20일동안 중단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양천구청과 협조하여 급수차와 임시 화장실,
생수지원등을 조치하였습니다
급수차는 102동과 104동에 운용하고 임시 화장실은
105동에 운용하며, 금일 8월 18일 11:00시경에 각 세대에 생수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중단되어 있는 전기는 금일 오전중으로
104동은 오후까지 공급될 예정입니다
승강기는 운영될 수 있도록 한전측과 협의중이며
급수는 지하 공용전기 공사가 끝나야 하므로 약 20일 정도 공급이 중단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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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번 자세히 읽어보았다.
단수와 단전이 주내용이다.
전기는 오늘중으로 복구가 된단다.
그런데 수돗물이 20일 정도 안나온단다.
임시 화장실과 급수차를 설치한다고 한다.
아 !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어떻게 씻지.
설거지는.
임시화장실에 몇천명이 발동동구르며 줄서서 있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집앞의 사우나는 대박이겠다, 코로나로 사우나도 인원 제한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몇백미터 떨어진 안양천 화장실로 뛰어 가는 모습도 상상된다.
바케스를 두어개 사야 하나 보다.
부지런히 물을 받아 날려 집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씻고, 설거지를 해야 할 것 같다.
답답해서 오후에 관리실에 전화를 해봤다.
전기는 순차적으로 복구가 되고 있고,
인터넷도 현재 복구중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임시로 생수는 경비실에서 세대별로 2리터짜리 6병 묶음을 하나씩 지급한다고 한다.
우리집은 20층인데 그걸 들고 유격을 해야 할 판이다.
역시 사람에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게 진짜로 행복이다.
이 표어가 생각난다.
자나 깨나 불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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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잘자고잘싸는게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