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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려간 도로 포장

류종중 2021. 9. 14. 14:43

86년도 겨울쯤 대청도에서 겪은 일이다.

상황실에서 내일 여단장의 갑작스런  부대 방문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별구경 한번도 안했는데  부대가 난리가 났다.

전날 내린 눈도 다 못치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중대장이 선임하사랑 상의후 눈 다 치우고 그위에 모래를 깔잔다.

아직 나는 부대에 소대장으로 온지 얼마 안되어 모래를 깔자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실감이 안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청도엔 섬의  1/10 정도가 모래산이었다.
황해도에서부터  바닷속에서 바람과 파도에  밀려온 아주 가는 모래가 육지로 올라와 쌓여 있는 경우였다.

그 모래밭에 포탄 사격훈련 했었고,
모래밭 둘레에도 참호를 팠었다.
돌아 서면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지만 점검받을땐 몇날 며칠을 참호 보수 공사를 나중에 했어야 했다.

아무튼 부대들어오는 1km정도를 쓸고 닦는 정도가 아니라 ,

제설작업 끝내고 ,

도로위에 10cm~20cm이상 두께로 모래를 깔았다.

하루 종일  한밤중까지 작업끝내고,
마지막 발자국은 빗자루로 지우고 부대복귀했다

드디어 여단장이 부대 방문한다고 하는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부대밖을 나가 봤다.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났다.

밤사이 강풍에 길에 깔아둔 모래가 다 날라갔다.

아스팔트 같이 깔아 놓으면 그대로 있는 줄 알았었는데,
허망하기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다시부대 비상 걸려 하루종일  모래를 실어날리고 깔았다.

오후에 해가 질 무렵에서야 상황실에서 온 연락이,

기다리던 여단장이  풍랑이 심해 배가 못 떠 안 온단다.

이런 미친짓을 겨우내 두세번 한 것 같다. 그러고도 별구경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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