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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송충이

류종중 2021. 9. 14. 14:46

백령도는 서해상에 있는 섬이라
특이 점이 있다.

눈 비 구름이 서해를 타고 오다가 백령도 산에 부딪히면서,
다른 지역보다 눈,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뭄이 심할때도 있다.

그런데
송충이가 극성을 부릴 때가 있었다.

87년도 일이다.

수색대 뒷산 능선 길을 넓혀,
부대 산악구보 코스를 만들었다.

길에 있는 돌도 치우고,
길가에 있는 나무들도 베어 냈었다.

주로 소사나무와 소나무였다.
크기가 작아 톱과 야전삽으로도 충분히 제거가 가능했다.

소나무는 유독 크기가 작았는데,
거의 말라져가 고사목 수준이었다.

이유는 송충이 때문이었다.

시골출신이라 송충이는 자주 보았지만,
그때 보았던 백령도 송충이는 너무 소름이 돋았다.

크기는 어른 손가락 수준이다.
누에가 다 자랐을 때의 모습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대 건물벽에 수많은 송충이가 매일 수시 때때로 기어 올라 왔었다.

아침에 조별과업때 병사벽에 기어오르는 송충이를 빗자루로 긁어 신나를 뿌리고 매일 태웠었다.

부대 주변 산의 소나무는 그때 전부 죽었었다.

어느날 여단장이 부대방문시 그걸 보고는

일주일간 백령도 야산을 트럭에 고무호스를 길게 연결해 살충제 뿌리고  전 부대가 송충이 박멸작전에 돌입했다.

옆에서 보던 우리는 그 결과를 비웃었었다.

왜냐 하면
전 산에 올라 가서 방충제를 뿌려야 하는데,
길에서 100~200m 정도만 뿌리기에 그랬었다.

그런데
일주일정도 살충제를 뿌린후에 ,

그후 운좋게 폭우 동반한  1주일 동안의 장마가 왔다.

무섭게 비가 많이도 내렸었다.

그 후 알들이 다죽었는지,

거센 비에 씻겨바다로 떠내려 갔는지 백령도에 그후엔 송충이가 없어 졌었다.

30년후 백령도를 다시 찾으니,
그동안 소나무를 많이 심고 자랐는지,
울창한 소나무숲도 있어  마음이 흐믓해짐을 느꼈다.
#송충이 #백령도 #장마